러쉬 성수 팝업씨어터: 무명배우의 욕실편 그 뒷이야기
- 성수점 2층이 연극 무대가 된다면?
그것도 매일같이 사람이 붐비는 성수동 한복판에서요. 바로 얼마 전 막을 내린 러쉬 성수 팝업씨어터: 무명배우의 욕실편 이야기인데요.
길거리가 무대가 된다는 막연한 상상을 현실로 만든 배우 분들과 연출 감독 님을 모셨습니다. 다들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만난 사람들: 김예나, 남선희, 백석, 서현민, 최수진
안녕하세요, 다들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예나: 스튜디오 나나다시의 연출이자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며 인스타툰 그리는 김예나 입니다. (@yenasky_toon) 요즘에는 초보배우로 영화연기에 도전중이에요.
🍿현민: 안녕하세요. 러쉬 성수 팝업씨어터: 무명배우의 욕실편에서 무명배우와 욕조 역할을 맡았던 배우 서현민입니다.
🚿수진: 샤워기와 무명배우를 연기한 최수진입니다. 주로 공연예술 작업을 하고 있어요. 많은 시간을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희: 안녕하세요, 배우 남선희입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동시에 ‘프로젝트 여기에서 저기로’란 창작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백석: 안녕하세요, 욕조 역을 맡았던 백석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러쉬 성수 팝업씨어터:무명배우의 욕실편이 드디어 막을 내렸어요. 총 5개월의 여정을 모두 마친 지금, 어떤 기분이신가요?
🎥예나: 올 한 해를 ‘암환자’로 보내지 않고, ‘러쉬 성수 팝업씨어터’를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 뜨겁게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귀하고 감사합니다.
🍿현민: 끝이 잘 가늠이 되지 않는 작업이었는데, 어느새 끝나버려서 처음 느껴보는 오묘한 기분이에요. 이제 이렇게 좋은 동료분들과 따뜻했던 러쉬 분들, 그리고 항상 늘 감사했던 관객 여러분을 못 본다고 하니 아쉬움이 가장 크기도 해요.
🚿수진: 지난 3달의 주말을 매번 러쉬와 함께 보냈는데,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맞이한 첫 주말은 참 낯설었어요. 지금은 다가오는 계절을, 시시각각 변하는 온도를 받아들이며 하루를 보내고 있네요.
🎭선희: 이 긴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처음엔 이 무대가 가능한 건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는데, 정말 끝이 났다는 게 가끔 믿어지지가 않아요.
🛁백석: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아요. 편안하고 후련하기도 하지만, 그립고 아쉽네요. 말 그대로 식구 라는 표현이 어울렸을 정도의 동료들과 작업이 끝나고 헤어지니 어딘가 텅 비어버린 것만 같아요.

성수동 한복판에서 연극을 한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거든요. 처음 기획을 듣고 어떠셨나요?
🍿현민: 멋진 사람들이 가득한 성수동에서 사람들이 과연 우리 공연을 봐줄까? 그 궁금증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대로만 보여줄 수 있다면 진짜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수진: 사실 소도시에서 오래 살아서 성수가 얼마나 붐비는 곳인지 잘 알지 못했거든요. 성수에서 처음 시도하는 연극이라는 점에서 매우 기대가 됐어요.
🎭선희: “가능한가 정말? 일단 해보지 뭐.”이런 마음이었습니다.
🛁백석: 인터레스팅!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이게 될까? 싶은 불안감도 살짝 있었어요.

변수가 많은 실외 공연인 만큼 마음가짐도 여느 때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수진: 비와 안전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예보에 없던 비로 공연이 취소될 때마다 한 번 한 번의 공연이 더 소중해졌죠.
🎭선희: 관객과 잘 만나고 싶었어요. 극장은 사실 꽤 안전한 공간이거든요. 제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길 위는 조금 다른 만큼,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관객들과 잘 만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백석: 변수도 변수지만 극장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해야 관객과의 연결을 놓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특히 예나 감독 님은 이미 후각이나 미각 등의 오감을 공연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 오셨다고 들었어요. 마침 향에 진심인 브랜드, 러쉬와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예나: 예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출을 맡았을 당시 만났던 기획자 분을 통해 소개를 받았어요. 마침 연출을 그만두려던 때라 고민이 되기도 했는데, 러쉬라는 브랜드가 가진 가치관이 너무 좋아서 선뜻 마음이 열렸죠.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자는 공연의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어요. 바쁜 도심 속에서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위로를 얻어가길 바라셨나요?
🎥예나: 처음에는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았는데요. 막상 공연이 올라가고 현장에 있어보니, 관객 분들 한 명이라도 더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차량통제를 돕다가도 씻겨주거나 안아주는 장면이 나오면 불쑥불쑥 다가가서 관객 분들을 안아드리게 되더라구요.
지난 여정이 모두 막을 내린 지금, 팝업씨어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예나: '우리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온기와 향을 나눌 때면 이 밤은 밤이 아닙니다.'
무대를 벗어난 실험적인 연극이다 보니 무엇보다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했는데요. 배우 분들은 그동안 만났던 관객들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나요?
🍿현민: 모든 관객분의 따뜻한 눈빛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어 한 분만 고르기 어렵지만, 캠핑의자를 가지고 오셔서 맨 앞줄에서 정말 끝까지 열심히 공연을 즐겨주셨던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수진: 본인도 무명배우인데 큰 용기를 얻어서 간다는 분이 떠올라요. 사실 오래 전에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고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과는 꼭 무대에서 만나자고 포옹하며 약속했어요.
🎭선희: 무대 중 관객에게 다가가 포옹하고 소통하는 순간이 있었는데요. "속상하고 힘든 마음 사라져라 얍!"이라는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던 관객들이 있었어요. 작은 위로의 말이 고단했던 하루를 씻겨내 주는 것 같아서 저도 위로 받는 순간이었어요.
🛁백석: 취객 아저씨도 생각나고요. 팁을 주던 중국인 관광객 분도 생각나네요. 저희를 열심히 응원해 주던 모든 분의 눈빛이 다 기억나요.

마지막으로 그동안 러쉬 성수 팝업씨어터: 무명배우의 욕실편을 찾아와 주신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현민: 사실 공연을 하면서 오히려 관객분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실패를 만나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신 것 같습니다.
🚿수진: 러쉬 성수 팝업씨어터: 무명배우의 욕실편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이기도 한데요. 여러분이 온 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어요!
🎭선희: 여러분의 다정한 눈빛들 덕분에 힘을 얻었어요. 한순간에 사라지는 연극 속에서 따뜻함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석: 공연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무언가의 무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와 여러분들의 도전과 실패를, 삶을 늘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