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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우러러 쓰레기 한 점 없기를

  • 땅을 우러러 쓰레기 한 점 없기를

  • <줍깅 전문가 페퍼의 나비효과>

 

환경 미화 = 줍기라는 틀을 깰 사람 


<길가에 버려진 일상 쓰레기들>


평소 길을 걷다가 발끝에 쓰레기가 툭툭 치일 때,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아니, 이걸 왜 여기다가 버린 거야?’

‘냄새난다. 빨리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단지 보기 불편한 사물로만 인식하거나 양심을 버린 사람을 책망할 뿐,

그 쓰레기를 줍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마음으로 주웠을지는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깊게 생각해 볼 겨를 없이 무심코 쓰레기를 지나칩니다. 머릿속이 이미 저마다의 삶의 고민으로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겠죠. 

지구도 고민이 많습니다. 매년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기에 말이에요.
우리는 병들어가는 지구의 숨통을 트게 도와주고 싶었고, 줍깅을 이어왔습니다.


*줍깅이란? : '줍다'와 '조깅'을 결합한 용어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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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가득한 러쉬코리아 직원 단체 사진>


러쉬코리아는 2009년에 러쉬 대학로 매장과 대학로 일대에서 첫 줍깅, GO NAKED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매년 진행해 오다가 2019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디지털 행진으로 경로를 잠시 틀게 되었죠.
잠시 거리를 두는 기간 동안 러쉬코리아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 쓰레기를 줍는 일은 꼭 사람들이 함께 모여야지만 가능한가? 환경 보호의 수단이 줍깅뿐은 아닐 텐데.

- 환경 오염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을 넘어, 친환경을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게 해줄 체인지 메이커가 필요하다.



페퍼는 어떤 사람일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직원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회사 로비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그녀와 딱 눈이 마주쳤거든요. 예상이나 했을까요?
이전 메시지와는 조금 다르게 캠페인을 주도하는 줍깅 전문가로 자리 잡게 된 지금의 모습을 말입니다.

몇 마디만 나눠보아도 사람이 참 선하다는 게 느껴지는 페퍼를 집중 관찰했습니다.
 


 

어느 점심시간, 낫랩으로 감싼 도시락을 식탁에 자랑스럽게 올려둔 그녀에게 시선이 쏠린 날이 기억납니다. 비단 낫랩 패턴이 화려해서뿐만은 아닐 겁니다. 

괜히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당당한 자신감으로 뒤덮은 그녀의 신념이 빛나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또 그다음 날 해피피플이 하나둘씩 낫랩을 소장하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고, 비닐봉지와 쇼핑 백이 오히려 불편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였으니까요.


 


페퍼와 함께 근처 카페에 가도 신기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녀는 개인 텀블러를 꼭 챙겨가는데,
음료 주문 시 텀블러를 건네면 세상 건조한 무표정에서 옅게 미소를 짓는 카페 직원의 얼굴을 볼 수 있거든요.
모두가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기를 손에 들고 있어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가 참 올곧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페퍼가 카페에 가자고 하면,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2층 탕비실 찬장 안의 개인 텀블러를 꺼내러 가는 뒷모습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노력을 뛰어넘는 우러나옴

<러쉬코리아 이벤트팀 페퍼>


페퍼의 낯가림 없는 활발함, 끊이지 않는 웃음, 노란빛 에너지, 그리고 친환경 활동을 생활의 연장선처럼 실천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릅니다.

2023년 캠페인에서 얼마나 크게 목소리를 내려는지, 마이크를 정성껏 닦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이 바쁘고 정신없는 삶 속에서 대체 어떻게 자신 이외의 세상까지 챙길 수 있느냐고, 어떻게 사람들까지 움직이게 했느냐고.


“그냥.. 하고 싶으니까요.” 


자신의 쓰레기를 줄이려는 의지가 노력이 아닌 ‘우러나옴’이라고 답하는 페퍼. 의무와 우러나옴은 ‘행동’이라는 공통점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둘은 차이점도 있어요. 잘하려는 노력은 어떤 방면에서는 부담을 낳지만, 우러나옴은 솔선수범함을 손쉽게 이끌어냅니다.
그녀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진정성’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공감 능력, 색다른 메시지 전달의 비결 

<브랜드 이념을 트레이닝 중인 페퍼의 캠페이너 시절> 


진하게 우러나는 마음 하나가 일관된 길을 걷게 하듯, 페퍼 역시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러쉬코리아 본사로 오기 전 러쉬 명동 1가에서 근무한 시절에 캠페이너를 맡았습니다.
매장 해피피플에게 러쉬 코어 밸류 및 캠페인 정보를 전달하고 브랜드 이념이 고객에게 성공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이었습니다.
해당 경력이 자연스럽게 러쉬 캠페인 행사 기획과 리딩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죠.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며 다름을 이해하고 가치관을 공유한 경험은 그녀의 공감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시에 진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사색에 자주 잠기는 그녀는 타인의 입장을 항상 생각합니다.
무심코 하는 작은 행동이 세상과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머릿속에 그려보고, 선순환을 이끄는 최선의 방향을 선택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성향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해석을 탄생시키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수많은 의견을 헤아리며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경우를 다수 봐왔기 때문인데요,
페퍼가 기획한 2023 캠페인에 메시지를 색다르게 녹여낼 수 있던 것도 이 덕분일 것입니다.


 

과연 플라스틱만 쓰레기일까요? 

 

2023년 4월 22일 지구의 날 성수동 일대, 러쉬코리아는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와 함께 2023년 <고 네이키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꽤나 충격적인 비주얼의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말이죠.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의류로 표현한 쓰레기 더미에 퍼포먼서가 파묻히면,
체인지 메이커가 천천히 무더기를 걷어내며 퍼포먼서를 구해냅니다.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사용을 생활화하기 위해 관심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행진 종료 후, 다시입다연구소의 자원 순환 캠페인 '21% 파티'가 열렸습니다. 멀쩡하지만 입지 않는 옷을 다른 사람과 1:1로 교환해 순환 패션을 경험하고, 중고 옷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갔습니다.


플라스틱, 비닐, 담배꽁초만이 쓰레기가 아니라 무분별하게 들이는 옷도 생활 쓰레기가 될 수 있다니,
‘나의 평소 생활 습관’을 자연스럽게 돌아보도록 유도하는 메시지 전달법이 인상 깊었습니다. 

참 페퍼 다운 캠페인이었습니다. 텀블러와 낫랩을 사용해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던 그녀의 성향이 곳곳에 녹아있었어요.
일상 속 물건이나 무분별한 소비 패턴이 지구에 부담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대체 가능한 생활 습관과 활동까지 알려줬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줍깅 의미의 확장

 <2023년 고 네이키드 캠페인, 러쉬코리아 직원과 함께한 다양한 사람들>


지구의 날 내내 ‘지구를 지키자’며 목청껏 외치던 페퍼, 캠페인이 종료된 후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캠페인 담당자로서 느끼는 점을 물어봤을 때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습니다.
이제껏 보여주던 밝은 얼굴 이면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Q1. 줍깅과 옷을 엮은 계기가 무엇인가요? 

 

A1. 우연히, 어느 패션 인플루언서가 자신은 옷이 너무 많아서 한번 입은 옷은 두 번 입지 않는다는 글을 올린 걸 보게 되었어요.
그의 파급력으로 댓글 창이 모두 ‘영 앤 리치 플렉스’라며 동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더군요.
제 친구들도 휴가 가서 입는 옷은 한번 입고 사진 찍어서 업로드하면 두 번 입기가 애매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며 ‘옷은 일회용이 아닌데 우리는 쉽게 옷을 사고 가볍게 방치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헌 옷 수거함에 옷을 넣거나 기부하면 해결될 것 같지만, 수거된 옷 중 단 5%만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95%는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가서 결국에는 버려진다고 해요.
자신이 무분별하게 사고 버린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성수동 에스팩토리 앞, 행진의 시작> 


눈치채셨겠지만, 2023년 고 네이키드 행진을 할 때는 일부러 쓰레기를 줍지 않았어요. 줍깅을 단순히 ‘줍는 행위’라고만 한정 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일상생활 속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사는 것부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심지어는 밥을 다 먹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까지도 큰 범위의 줍깅 안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줍깅’하면 줍는 행위 자체에만 의미를 두며 본인과 선을 긋는 경우가 많아요. 착한 일, 좋은 일이지만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줍깅을 이미 실천하는 분들도, 이번 캠페인을 통해 줍깅을 처음 접하신 분들도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겠다거나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하셨으면 좋겠어요.
함께 생활 습관을 조금만 달리 들이면, 새로운 내일이 우리에게 달려올 테니까요!


Q2. 줍깅을 실천하려는 이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려요!


A2. 인디언 속담 <양심의 삼각형>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인간의 마음속 양심은 세모 모양이래요.
처음 나쁜 짓을 저지르면 삼각형이 마음을 뾰족뾰족 찌르는데, 나쁜 짓을 하면 할수록 삼각형의 각이 닳아 동그라미가 되고,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말이 있대요.

진짜 맞는 말인 것 같은 게, 저도 줍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불필요하게 음료를 포장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작은 물건을 샀는데
과대포장으로 쓰레기가 많이 나올 때 마음이 따끔따끔하더라고요. 여러분 마음속의 삼각형도 닳지 않고 균형 잡힌 예쁜 모양이길 바라며 저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그 사람을 좋아하면 행동도 닮는다

<줍깅 전문가 페퍼의 솔선수범한 모습>


일이 아닌 사람을 먼저 바라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본받고 싶은 일’이 되기도 합니다.
무작정 따라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대상의 멋진 마인드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습관은 어느덧 자연스럽게 변해가게 될 테니까요. 


오늘은 당신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를 마주쳤을 때, 뒤를 빛내줄 다른 이들이 떠오른다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일지 짐작해 보며 살며시 미소 짓기를 바라요.
더 나아가 그 쓰레기를 주워본다든지, 저녁 식사는 배달 음식이 아닌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행복을 느껴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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