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너레이션 (Regeneration) 여정의 시작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이란 무엇일까요?
2018 러쉬 스프링 프라이즈(Lush Spring Prize) 시상식을 앞두고, 러쉬의 제품 개발자이자 에티컬 바잉(Ethical Buying) 총책임자인 사이먼 콘스탄틴(Simon Constantine)은 전년도 수상자들을 방문했습니다. 수상 이후 얼마나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는 지,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이먼 콘스탄틴의 취재기와 그 여정 속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따라가 볼까요?
#SOS수마트라 캠페인을 마치고 인도네시아에서 영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만약, 지속가능성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이 질문 하나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팜 오일은 바이오 연료에서부터 식료품,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높은 가치를 지닌 작물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를 대량으로 얻기 위해서 열대 우림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팜 나무의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 RSPO (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가 개최한 싱가포르의 한 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팜 오일이 자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목격했습니다. 열대 우림을 불태우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팜 나무 단일 종만을 재배하는 환경으로 변하는 과정을 말이죠.
나무 위에 서식하는 꼬뿔새와 같은 희귀 조류와 그 아래서 먹이를 찾으며 시간을 보내는 코뿔소와 코끼리가 사라졌습니다. 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오랑우탄도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황폐해진 땅 위에서 지속 가능한 것은 오로지 팜 나무 하나뿐이었습니다. 만약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지속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면,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런 사실들은 저의 마음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씨앗을 싹 틔우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자, 현지인들의 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신은 영국 대도시에서 자란 사람입니다. 당신네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 숲을 베어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우리를 막아서는 겁니까?” 그리고는 “우리도 돈을 벌어야 해요. 당신도 지금 비즈니스를 하는 거잖아요”라는 비난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비난은 한동안 저를 주춤하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어떤 행동을 판단하고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말이죠.
하지만 곧, 아버지(Mark Constantine, 러쉬의 공동 창립자)가 늘 해주셨던 '다른 사람의 밥그릇을 깨는 일은 하지 말아라' 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좀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배움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배움의 여정에서 파울로 멜렛(Paulo Mellett)을 만났습니다. 그는 환경 캠프와 그린피스(Greenpeace)의 활동가로, 타고난 카리스마와 열정이 남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무언가를 바꾸려면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확고한 믿음은 러쉬의 브랜드 신념과 닮아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며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기 보다는 해결책과 대안을 찾는 것에 더 집중했습니다. 그 시기 파울로는 1970년대에 시작된 퍼머컬쳐(Permaculture) 운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 온 지식인 몇 명과 원주민들의 지식, 현대 과학, 그리고 농업을 한데 어우르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퍼머컬쳐는 자연을 이롭게 하면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을 얻는 원리로,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된 설계 매뉴얼입니다. 본질적으로, 옛 것과 새로운 것의 만남이며, 자연 친화적이고 생산적인 미래를 위한 관찰과 행동을 바탕으로 삼습니다.
우리는 곧- 매우 이상적인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바로, 용기를 만들고 포장하는 비용의 일부를 모아 마련한 것이죠. 이 기금은 자연과 인류의 조화로운 상생을 위해 힘써온 개인 및 단체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한동안 우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에 집착하였고, 이것은 생각지 못한 함정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그 무렵, 실제 모든 사람들에게 더 큰 번영을 가져다 주는 환경과 사회 시스템의 보수/복원/재생 프로젝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균형 잡힌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흙과 영혼, 그리고 사회가 공존해야 한다'고 했던 환경 운동가이자 학술지 에디터였던 사티시 쿠마르 (Satish Kuma)의 우아한 표현처럼 말이죠.
파울로와 함께 이 여정을 이어오며, 땅과 강 같은 지형을 적절히 활용해서 나무를 심으면, 새롭게 뿌리내린 곳에서 나무가 흡수하는 수분이 가뭄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또한, 자연을 관찰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숲이 하는 일, 자연이 원하는 온도와 강우량, 생물의 번식력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파울로는 여행 중 가나에서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영향력은 여전하며, 그가 꿈꾸던 이상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슬러쉬 펀드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많은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파울로와 저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테라 제네시스 인터네셔널 퍼머(Terra Genesis International/퍼머컬쳐 컨설턴트 팀)의 그레고리 랜두아(Gregory Landua)를 만났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지속가능한 것만으로 충분할까요?”라고 질문했고, 그는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 즉, ‘재생가능성’이라는 용어를 알려주었습니다. 이 재생이 상징하는 의미가 지금껏 우리가 찾아 헤매던 질문의 답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퍼머컬쳐를 통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개념으로 ‘재생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동안 만난 소수의 사람들을 지원하던 것을, 비즈니스 전체로 확대함으로써, 어디에서도 재생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얼마 전, 전세계 러쉬 고객들이 모아준 기금으로 위기에 처한 수마트라 열대 우림 약 30만 평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50%는 산림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고, 나머지는 종다양성을 보존하는 농경지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저는 이것이 파울로가 확신했던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태계를 되살리는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주민과 다음 세대에게 풍족한 자원을 안겨주는 선순환을 말이죠. 앞으로는 해양과 강을 청소하고, 숲을 보존하며,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산업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들 세상이 유토피아처럼 느껴지나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러쉬와 영국 비영리 단체 ‘윤리적 소비자 연구소(Ethical Consumer Research Association)는 자연과 인류가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방안을 찾기 위한 시상식인 '러쉬 스프링 프라이즈 (Lush Spring Prize)'를 신설했습니다.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과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써온 개인과 단체를 선정하여, 매년 20만 파운드(약 3억 원)를 4개 부문에 걸쳐 시상하고 있습니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수많은 것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줌으로써, 더불어 아름답고 건강하게 어우러져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